December 13, 2019

가사노동은 왜 여성의 일인가?

가사노동은 왜 아내가 해야하나? 남편, 아내 모두 집안일에는 초보인데 이상하게 아내가 전담한다. 함께 행복하자고 결혼한 것인데 누군가 희생한다면 불행한 일 아닌가? 늦지 않았으니 의심부터 하자.

가사노동은 왜 여성의 일인가?

가사노동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다. 빨래, 설거지, 청소 등과 같은 집안일을 말한다. 하면 티 안나고 안 하면 티나는 그런 일들 말이다.

우리 사회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본다면(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삶을 보면), 남성(남편,아빠)은 집 밖, 즉 일터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여성(아내,엄마)는 집에서 집안일을 한다. 아이가 있을 경우, 육아도 포함이다. 시대가 변해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그 고정관념은 아주 조금 변했다. 남성이 여성의 집안일을 돕는 경우가 예전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실상은 여성에게 슈퍼우먼(슈퍼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 현실에 보다 가깝다. 이는 아무렇지 않게 집안일은 여전히 여성의 일이라고 여기는 상황에, 맞벌이를 하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원인들로 말이다.

아이가 생기면, 여성은 경력을 멈추고 싶지 않아도, 멈출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멈추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자연스레 포기하게 된다. 태어난지 100일 혹은 1년 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집에 두고 맘편히 일을 하러 갈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만약 아이를 위해 돌보미를 고용했는데 내 아이가 돌보미로 인하여 불행한 사고[1]를 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최악의 상황을 예로 들었지만 그냥 운이 없다고 생각해야 하나? 아니다. 아마 부모라면 미쳐버릴 것이다. 결국, 최선책은 아내와 남편 중 하나는 경력을 멈춰야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암묵적으로 아내, 즉 여성의 경력을 멈추게 한다.

"다들 비슷하게 살아가니 남들처럼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니냐. 굳이 뭐 그렇게 피곤하게 생각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냥 아래와 같은 질문을 물어보고 싶다.

왜 요리, 빨래,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은 여성이 해야하나?
여성은 처음부터 집안일에 타고난 존재인가? 그렇다면 남성은?

간단하게 요리를 예로 결혼한 부부를 보면, 남편이든, 아내이든 둘 다 요리에 서툴다. 솔직히 툭 까놓고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학창시절에는 열심히 공부했었고, 취업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노력하지 않았나? 요리할 시간이 있었나? 그런데 신기하게도 결혼하면 자연스레 요리가 아내 즉, 여성의 일이 된다. 상식적으로, 너무 웃기지 않나? 둘 다 요리를 못하는게 현실인데 왜 아내의 일이 되는지 말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결혼하고 나서 일종의 테스트 기간을 거쳤다. 함께 똑같은 음식을 만들었다. 당시 생각은 이랬다. 매번 음식을 사오거나 시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음식은 먹어야 하고, 이왕이면 그나마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같은 요리를 서로를 위해 만들었고, 더 나은 사람이 요리를 하기로 우리만의 합의를 봤다.

그리고 집안일들을 현실적으로 보면 의외로 많은 체력과 시간을 요구한다. 신체적 측면에서 보자면 남성이 여성보다 유리하다. 더 많은 무게를 들 수 있고, 더 많은 힘을 쓸 수 있다.

빨래를 예로 들자면, 대개 빨래를 모아서 하는데 그 양과 무게가 꽤 된다. 실제 세탁기를 이용하지만, 누가 하는게 더 나을까? 그리고 정상적인 성인 남성의 경우, 군대에서 빨래 개는 법을 철저하게(?) 배운다. 배웠고 실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이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진 않다. 솔직히 할 줄 알면서 그냥 귀찮아서 안한다. 2,30분 움직이는게 싫어서 말이다. 다른 집안일도 꽤 비슷하다.

육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가 태어나면 남성은 아빠가 되고, 여성은 엄마가 된다. 엄마, 아빠 모두 아이를 처음 만난다. 둘 다 초보이며, 아이를 돌보는 것에 타고난 것은 1도 없다. 그냥 백지상태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이의 반응을 알게 되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아이와 정이 들고, 유대감을 쌓는 것이다. 아빠인 내 입장에서 조언하자면, 아빠들의 경우 육아를 엄마에게 맡기며 아이와 대화가 가능해지는 순간이 도래하면, 친해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생각은 참 불쌍하다. 엄마와 아이 간의 거리와 자신과 아이 간의 거리가 차이가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청소년기, 성인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 자신과 아버지의 경우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남성, 여성 모두 집안일을 타고나지 않았다. 오히려 서툴다. 다만, 서툴더라도 많이 반복하다보면 능숙해질 뿐이다. 그런데 왜 집안일의 다수는 여성의 일이 되어버린다. 스스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 희한하게도 남편이 아내의 집안일을 돕는다고 많이들 표현한다. 왜 그럴까? 신기하지 않나? 남편이 집안일을 하면 "자상한 남편이시네요. 아내의 일을 많이 도와주시는 걸 보니."라는 칭찬을 주변에서 듣는다. 반면 아내가 집안일을 하면 "자상한 아내이시네요. 남편의 일을 많이 도와주시는 걸 보니."라는 칭찬을 듣지 못한다. 너무 이상하지 않나?

애초에 누군가 전담해서 해야하는 일도 아니고, 당사자 모두가 함께 책임지고 해야하는 일이다. 서로의 상황을 배려하며 함께 행복을 추구하면 그뿐이다. 당사자 중에 누구도 희생당함을 느낄 이유가 없다. 당사자 중 하나가 희생당함을 느끼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이며 바꿔야하는 부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 이유는 함께 행복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나? 가장 중요한 이유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남편들 중 이 글을 읽고 조금 더 생각하게 되었다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길 추천하다.


  1. 폭행, 언어 학대 등 말이다. 뉴스를 보다보면 이런 불행한 사건들을 접하게 되고 정말 남일같지 않다. 특히 아이가 어린 경우, 부모는 그 피해상황을 바로 알 수 없으며, 알더라도 뒤늦게 알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