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3, 2019

루틴을 고민하다.

아이의 육아에 우선 순위를 두면서, 아이가 없었을 때는 쉽게 했던 일들이 미뤄지게 되는 경험이 반복되었다. 조금씩 정체됨과 무너짐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를 바꾸고자 루틴을 고민하게 되었다.

루틴을 고민하다.

아이의 돌이 지나고, 주변으로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어떠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부모에게 어느 정도 시간이 생긴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그 조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이유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의사를 언어로 표현하기 전까지는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작은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1]

그래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냥 모든 일상의 중심에 아이가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아이와 함께 가도 괜찮은 장소인지를 고민하고, 누구를 만나더라도 아이가 함께 가도 되느냐를 묻는다. 특히 나와 아내가 함께 움직여야한다면 말이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 달, 아내와 다소 심각한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일상의 정체'였다.

우리가 느끼는 상황은 비슷했지만 그 심각성은 나보다 아내가 더했다. 아이의 상황을 1순위로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레 우리의 일상이 뒤로 미뤄지기 시작했다. 덩달아 각자의 일상들도 뒤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조금씩 작은 무엇이라도 시도하고 있었지만, 아내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2] 그로 인해 아이와 있는 시간이 아무리 좋더라도 우리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다만 그 지쳐가는 속도가 달랐고 나보다 아내가 심각했다.

대화가 끝나고, 우리는 결심했다.

우리 가족의 루틴(Routine)을 만들자.

루틴(Routine)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약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판에 박힌, 반복되는, 무료한 등등의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루틴의 의미는 이와 다르다. 그 의미는 내가 만난 외국인 원격근무자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찾았다.

정리하면 그 의미는 이렇다.

최적화된, 오랜 시간을 들여 발견한, 독특한, 최고의

흔히 프로 운동선수들이 말하는 루틴의 의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 말이다. 내가 만난 원격근무자 친구들도 비슷했다.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행동한다. 그저 남들이 볼 때는 단순히 반복적인 행동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짧게는 수개월에 걸쳐, 길게는 수년에 걸쳐 찾아낸 행위들이었다.

아침을 예로 든다면, 공복이 자신에게 좋은 것인지, 아니면 커피와 빵이 좋은지, 혹은 스프가 좋은지 등등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커피의 종류도 수십가지이고, 빵도 수십가지가 있다. 스프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선택지들을 조합하여 시나리오들을 만들어 실행을 하고, 거기에서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를 찾는 것이다.

이는 징크스[3]와 뜻이 다르며 최상의 컨디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찾아가는 여정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정의하는 루틴이다.

그리고 몇 가지 원칙을 더했다.

  •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는다. 성급하게 굴기보다는 길게 바라본다.
  • 시도가 중요하다. 다만, 시도하는 행위를 위해 소모하는 시간은 최대한 줄인다.
  •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는다.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한 테스트다. 정답이 아니다.
  • 개인의 루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목표는 각 가족 구성원들이 만든 루틴과의 균형과 조화이다.

앞으로 실행하면서 원칙이 수정되고 더해지겠지만 우선적으로 지켜나갈 부분들이다.

그리고 시도하는 행위를 위해 소모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들을 앞으로의 글들을 통해 공유할 계획이다.


  1. 우리의 걱정이 가장 크다. 아이가 만약에 어린이집에서 폭행 및 학대 등의 불미스러운 일들을 겪는다면 우리가 감당할 자신이 없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인 우리가 그 사실을 빨리 눈치채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불미스러운 사고 뒤에 행해지는 조치들을 찾아봤더니 결국엔 어린이집을 옮기는 게 최선이고, 그저 운이 없었다라고 생각하는데 전부하는 글을 봤는데 감당할 자신이 없다. ↩︎

  2. 우리 아이의 경우는 모유수유를 해왔기 때문에 분유를 먹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가 배고프거나, 졸리거나, 그 외 기타 등등의 이유 등에서 모유를 자연스레 찾는 경우가 많다. ↩︎

  3. 미신의 한 종류라고 보고 있다. 중요한 순간에 어떤 행위를 한다 이런 것 말이다. 가령, 취업 면접을 볼 때, 빨간 속옷을 입는다 등 ↩︎